본문 바로가기

일상[Everyday Life]

헤짐... 헤어짐...



양말이 구멍 났다.
(얇은 거라 그런가? 발톱 좀 자를걸...)

운동복 밑단이 헤졌다.
(다리가 짧으니 자꾸 밟혀서 헤져버렸군...)

바지의 민망한 부분이 뚫렸다.
(x추를 많이 긁었나보군...^^;)

팬티 엉덩이 부분이 구멍 났다.
(풍화작용의 오묘한 결과인가...^^;;)

...
......
.........


티셔츠 팔꿈치 부분이 헤져서 구멍 났다.
(어라? 뭔 일이래...)


그동안 애써 외면하며 지냈다.
이쁘게 차려입을 일도 적어지고 여유도 없다보니
그냥 입던 거 입고... 입고... 또 입었다.
 
예상 못 했던 티셔츠 팔꿈치 헤진 것을 알고서야 
 '참 거지처럼 살았구나~'
새삼 느꼈다.

집안이 부유하지도 않고 돈을 크게 벌어본 적도 없어서 돈을 흥청망청 써 본 기억이 없다.
술, 담배, 도박, 여자를 멀리하다 보니 크게 돈 들어갈 일도 없고...ㅋ
엄마 품 안에서...
최소한의 생활만 가능하게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느긋한 성격과 목적 없는 삶을 영위하다 보니 가난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기를 바라기에 나에게 가난은 영혼의 양식이었다.
바스키야 같은 천재적인 예술가들처럼 엄청난 능력을 발휘하면 좋을텐데...
그저 개으른 돼지일 뿐이었다. 

서글프다.
머리숱은 적어지고...
피부는 칙칙해져 가고...
체력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그렇게 나이만 먹어가며 늙어가고 있다.

이제는 낡아서 헤진 것들과 헤어짐을 준비해야겠다.

아직도 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
운전면허 따서 A양 모시고 현장에도 가야 하고
돈 벌어서 B양에게 맛있는 거 사주고
멋진 영화 만들어서 C양도 만나야 한다.

포기할 만도 한데 포기하는 법을 모르겠다.
사랑하는 법을 아직도 모르듯 포기하는 법도 아직 모르겠다.
그 꿈들 속에서는 여전히 난 배고픈 소크라테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