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Everyday Life]
도시의 만년설
emigre
2010. 3. 8. 20:03
흰색, 하얀, 하양, 화이트, 백색, #FFFFFF, RGB(255, 255, 255), CMYK(0, 0, 0, 0), HSB(-°, 0%, 100%)...
이름만으로 순수해지는.. 흰색..
하늘에서 내려주는 순수의 결정체 흰눈..
보기만해도 포근해지는 흰눈을 보고 사람들은.. 그만 오라고 한다??
길 미끄럽고 지저분하다고..
지저분하다고??
어느 색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언제나 노란색이나 초록색을 말하곤 했다.
흰색도 좋지만 흰옷을 입으면 하루도 버티기 힘들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옷을 살때면 피했고 아이보리쪽으로 절충을 봤다.
이름만으로 순수해지는.. 흰색..
하늘에서 내려주는 순수의 결정체 흰눈..
보기만해도 포근해지는 흰눈을 보고 사람들은.. 그만 오라고 한다??
길 미끄럽고 지저분하다고..
지저분하다고??
어느 색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언제나 노란색이나 초록색을 말하곤 했다.
흰색도 좋지만 흰옷을 입으면 하루도 버티기 힘들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옷을 살때면 피했고 아이보리쪽으로 절충을 봤다.
흰옷만 입으면 평소 잘 안 먹던 떡볶이며 자장면을 먹고 아무리 조심해도 뭍히게 되니..
그 압박감이 상당해 흰색과의 인연은 점점 멀어져 갔다.
눈 올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면서
오고 난 후..
그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끄럽고 지저분해진 길거리를 흰눈에게 탓한다.
나 또한 얼마전까지 그랬다.
보이는 그대로 흰눈에게 탓했다.
손바닥에 눈을 받아본다.
체온에 흰눈은 녹아 맑은 물이 된다.
하늘에서 눈이 내려온다.
거리에 눈이 쌓인다.
사람들이 눈을 밟는다.
자동차들이 눈 위로 지나간다.
거리가 흙탕물로 가득해 지저분해졌다.
그렇다.
흙탕물로 변한 거리는 눈이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런 것이다.
사람이..
사람이 만든..
사람으로 인해 변해버린 거리를..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깨끗하고 맑은 흰눈에게 그 탓을 한다.
올해 초에 많은 눈이 내려 거리는 역시나 지저분해졌고
자기 집 앞 눈도 치우지 않은채 방치되어 거리 곳곳에 눈산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그 눈산 위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가래를 뱉는다.
추운 날씨에 눈산은 녹지 않고 거리의 한모퉁이를 차지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또 흰눈을 탓한다.
눈이 온 지..
열흘이 지나고..
스무날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다 되어 간다..
얼마 전 비로 인해 보기만 해도 역겨운 눈산들도 조금씩 사라져 간다지만
눈산이 사라진 그 자리에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그대로 남겨져 있다.
그 쓰레기들은 흰눈에 비춰진 우리 자신들의 인정하기 싫은 역겨운 자화상이다.
극지방에 빙산이 녹는다고 걱정들이 많다.
코펜하겐에서 있었던 유엔기후변화협약은 각 나라의 이해관계로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환경을 반성하지 아니하고 서로에게 미루며 남을 탓한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순수하고 맑고 깨끗한 흰눈도 뿌연 회색눈이 되어 내릴 것이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