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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Everyday Life]

도시의 만년설

흰색, 하얀, 하양, 화이트, 백색, #FFFFFF, RGB(255, 255, 255), CMYK(0, 0, 0, 0), HSB(-°, 0%, 100%)...
이름만으로 순수해지는.. 흰색..
하늘에서 내려주는 순수의 결정체 흰눈..
보기만해도 포근해지는 흰눈을 보고 사람들은.. 그만 오라고 한다??
길 미끄럽고 지저분하다고..

지저분하다고??

어느 색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언제나 노란색이나 초록색을 말하곤 했다.
흰색도 좋지만 흰옷을 입으면 하루도 버티기 힘들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옷을 살때면 피했고 아이보리쪽으로 절충을 봤다.
흰옷만 입으면 평소 잘 안 먹던 떡볶이며 자장면을 먹고 아무리 조심해도 뭍히게 되니..
그 압박감이 상당해 흰색과의 인연은 점점 멀어져 갔다.

눈 올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면서
오고 난 후..
그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끄럽고 지저분해진 길거리를 흰눈에게 탓한다.
나 또한 얼마전까지 그랬다.
보이는 그대로 흰눈에게 탓했다.

손바닥에 눈을 받아본다.
체온에 흰눈은 녹아 맑은 물이 된다.

하늘에서 눈이 내려온다.
거리에 눈이 쌓인다.
사람들이 눈을 밟는다.
자동차들이 눈 위로 지나간다.
거리가 흙탕물로 가득해 지저분해졌다.

그렇다.
흙탕물로 변한 거리는 눈이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런 것이다.
사람이..
사람이 만든..
사람으로 인해 변해버린 거리를..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깨끗하고 맑은 흰눈에게 그 탓을 한다.

올해 초에 많은 눈이 내려 거리는 역시나 지저분해졌고
자기 집 앞 눈도 치우지 않은채 방치되어 거리 곳곳에 눈산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그 눈산 위에 담배꽁초를 버리고 가래를 뱉는다.
추운 날씨에 눈산은 녹지 않고 거리의 한모퉁이를 차지한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또 흰눈을 탓한다.

눈이 온 지..
열흘이 지나고..
스무날이 지나고..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다 되어 간다..
 
얼마 전 비로 인해 보기만 해도 역겨운 눈산들도 조금씩 사라져 간다지만
눈산이 사라진 그 자리에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그대로 남겨져 있다.
그 쓰레기들은 흰눈에 비춰진 우리 자신들의 인정하기 싫은 역겨운 자화상이다.

극지방에 빙산이 녹는다고 걱정들이 많다.
코펜하겐에서 있었던 유엔기후변화협약은 각 나라의 이해관계로 별 소득 없이 끝났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환경을 반성하지 아니하고 서로에게 미루며 남을 탓한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순수하고 맑고 깨끗한 흰눈도 뿌연 회색눈이 되어 내릴 것이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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